글/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 문화평론가)

정윤희 / 문화평론가, 책문화생태학자.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출판저널 발행인이다. 언론학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등이 있다. 
정윤희 / 문화평론가, 책문화생태학자.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출판저널 발행인이다. 언론학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등이 있다. 

미국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미국의 대표적 자선재단인 카네기뉴욕공사(Carnegie Corporation of New York)는 전국의 카네기 도서관 수백 곳에 각각 1만 달러(약 1,400만 원)를 기부하기로 발표했다.

2025년 10월 23일자 재단 공식 보도자료 'Hundreds of Carnegie Libraries to Receive $10,000 Gifts in Celebration of United States’ 250th Anniversary'를 통해 공개된 내용으로,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진행되는 국가 프로젝트 ‘America250’의 일환이다.

100여 년 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세운 공공도서관의 유산을 계승하며,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지식의 공유와 사회적 순환을 기념하는 이번 기부는 단순한 기념사업이 아니라 책문화생태계의 회복력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앤드루 카네기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전 세계 2,509개의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그의 기부에는 일관된 원칙이 있었다. 도서관은 반드시 무료로 개방되어야 하며, 지역 공동체가 유지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의 지식 순환 구조를 설계한 하나의 지식생태계 모델이다. 앤드루 카네기는 지식을 특정 계층의 소유물이 아닌 공유 가능한 자산으로 보았다.

필자의 연구 주제인 책문화생태론 측면에서 보면, 책은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 그리고 공동체로 이어지는 순환적 생태계의 핵심 매개체다. 이 순환이 건강할 때 한 사회의 문화적 자본이 풍요로워지고 지식의 다양성이 유지된다.

카네기 도서관은 바로 이 생태적 연결망의 중심이다. 지역마다 세워진 도서관은 모든 사람들에게 지식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생태적 허브이자, 지역 사회의 문화적 순환을 촉진하는 촉매제이며, 시민이 함께 학습하고 기억을 공유하는 공공의 장으로 기능했다.

특히 이번 1만 달러 기부는 이러한 순환의 재활성화를 의미한다. 기부금은 각 도서관의 디지털 독서 프로그램, 지역 기록 보존, 시민 교육 등에 사용될 예정인데, 이는 물질적 지원을 넘어 책문화의 생명력이 다시 흐르도록 돕는 문화적 생태복원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 1835년 11월 25일 ~ 1919년 8월 11일)는 미국의 철강 재벌이다. 뉴욕에 900만 달러를 기부해 공공도서관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2509개의 도서관을 지었고 미국의 과학 발전을 위해 카네기 멜런 대학의 전신인 카네기 과학연구원과 기술원을 설립했는데 시카고 대학 등 12개 종합대학과 12개 단과대학을 지어 사회에 기증했으며 각종 문화예술 분야에 거액을 쾌척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 1835년 11월 25일 ~ 1919년 8월 11일)는 미국의 철강 재벌이다. 뉴욕에 900만 달러를 기부해 공공도서관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2509개의 도서관을 지었고 미국의 과학 발전을 위해 카네기 멜런 대학의 전신인 카네기 과학연구원과 기술원을 설립했는데 시카고 대학 등 12개 종합대학과 12개 단과대학을 지어 사회에 기증했으며 각종 문화예술 분야에 거액을 쾌척했다. (사진=위키피디아)
1900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기증한 100만 달러와 피츠버그시가 내놓은 토지를 기금으로 설립된 Carnegie Technical Schools이 시초이다. 1900년 개교한 이래 졸업생과 교수 포함 총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다. 창업 교육으로도 유명해 학교로부터 독립해 나간 회사가 170개가 넘는다. (사진=위키피디아)
1900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기증한 100만 달러와 피츠버그시가 내놓은 토지를 기금으로 설립된 Carnegie Technical Schools이 시초이다. 1900년 개교한 이래 졸업생과 교수 포함 총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다. 창업 교육으로도 유명해 학교로부터 독립해 나간 회사가 170개가 넘는다. (사진=위키피디아)

카네기의 철학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는 그의 기부가 도서관이라는 건물의 설립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을 지식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생태적 시스템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카네기 도서관의 복원과 기부는 책문화생태계의 순환성을 상기시킨다. 지식이 생성되고(저술), 매개되고(출판), 분배되고(도서관), 다시 소비되는(독서), 즉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책문화생태론의 핵심이며 카네기가 100년 전 도서관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비전이 아닐까 싶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화정책 관련하여, 순수문화예술 전반, 동네서점 활성화, 출판분야를 포함해 문학과 관련된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진흥정책, 도서관발전종합계획, 독서문화진흥계획 등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각 정책에 대한 연결성이 부족하고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책문화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각자도생하고 있다. 

필자는 '출판법' 제 7조 의2(지역 서점 활성화 지원 등)에서 '⑤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교육감과 협력하여 관할 지역의 도서관(「도서관법」제3조에 따른 도서관을 말한다)이 도서를 구매하는 경우 지역서점을 이용하도록 독려하여야 한다.'를 개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독려한다'라는 조항으로 현재의 '출판법'에서는 공공도서관이 관할 지역서점에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개정해야 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제7조의2(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등)

⑤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교육감과 협력하여 관할 지역의 도서관(「도서관법」제3조에 따른 도서관을 말한다)이 도서를 구매하는 경우 반드시 관할 지역에 소재한 지역서점을 통해 구매해야 한다. 

⑥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교육감과 협력하여 지역서점과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도서관, 지역서점, 독서 등 책문화 활성화 정책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광역 및 기초 지방정부도 함께 협력해야 한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 서점, 도서관, 독서정책을 생태계적 관점으로 보는 시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이들 정책을 하나의 국 단위(예: 출판, 서점, 도서관, 독서정책을 '책문화정책국'으로 통합)에서 추진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카네기와 같이 부의 사회환원으로 도서관 운영 등 책문화생태계가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기대야 하는 씁쓸함이 있지만, 이제 국가의 정책이라도 제대로 수립되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카네기의 기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식의 접근성과 문화의 공유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카네기가 남긴 유산은 오늘 우리에게도 ‘책문화를 통해 사회를 재생시키는 길’을 묻는 질문이자 과제다.

앤드루 카네기가 남긴 말이 있다.

“부는 사회로부터 온 것이며, 다시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그의 말처럼 지식도 또한 사회로부터 나온 것이며 사회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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