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3일 제62회 전국도서관대회 프로그램 중, 수원컨벤션센터 204호에서 열린 책문화포럼은 ‘책문화×돌봄×도서관’을 주제로, 도서관이 돌봄의 사회적 기능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
책문화포럼은 책문화네트워크, 어린이청소년책문화연대, 사회적협동조합 슬슬, 책방이음이 공동 주최했으며, 사회 및 발제를 맡은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를 비롯해 강무홍 어린이청소년책문화연대 대표, 박영주 슬슬 이사장,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 이정수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포럼에는 도서관 현장 사서들 50여 명이 참석해 도서관 현장에서의 돌봄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윤희 대표는 발제에서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만 둘 수 없는 사회적 과제”라며, 고독과 외로움, 간병, 고립 등 현대 사회의 문제들이 결국 공동체적 돌봄의 부재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출판된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돌봄이 이끄는 자리』, 『돌봄지원국가』 등의 도서를 예로 들며, 돌봄을 사회정의와 분배의 문제로 확장한 책문화의 흐름을 짚었다. 또한 덴마크 로스킬레 중앙도서관, 핀란드 헬싱키 오디도서관,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의 사례를 통해 “도서관은 정서적·정보적 돌봄의 공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에서도 「독서문화진흥법」과 「작은도서관진흥법」등을 연계한 생활밀착형 돌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무홍 대표는 책읽기와 돌봄의 결합이야말로 K-문화강국의 지속가능한 토대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독서 양극화와 문해력 격차가 사회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린이청소년 책문화 평등권 실현, 독서기반 문해력 교육 의무화, 국민독서진흥기구(가칭) 설립' 등을 제안했다. 또한 “책읽기가 돌봄, 복지, 지역문화정책과 연결될 때 사회적 연대가 강화되고, 작가·서점·도서관이 상생하는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주 이사장은 이미 도서관 현장에서 돌봄이 실행되고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주었다. 그는 경기도의 ‘작은도서관 아이돌봄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소개하며, 2024년 21개 시군 79개관이 참여해 총 879명의 초등학생에게 돌봄을 제공했고, 사업 만족도가 96% 이상으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무르며 독서와 놀이를 병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작은도서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사회적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의 접근 공간을 넘어, 사회적 돌봄과 문화적 치유의 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복지부 중심의 협의적 돌봄 개념에서 벗어나 도서관 고유의 ‘문화적 돌봄’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사무총장은 영국의 ‘외로움 정책’을 사례로 제시하며, 도서관의 돌봄 기능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하고, 공공도서관을 ‘사회적 고립 해소 플랫폼’으로 지정해 ‘메모리 카페’와 ‘Warm Welcome for All’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치매환자, 노인, 청소년, 지역주민이 함께 교류하며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도록 돕는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의 도서관 인프라는 이미 충분하다. 국가도서관 4관, 공공도서관 1,296관, 작은도서관 6,830관, 학교도서관 12,000여 관이 사회적 돌봄의 모세혈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제 도서관이 고립과 외로움에 대응하는 사회적 포용의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는 이화마을작은도서관을 위탁을 맡아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설명하면서, "사서들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현장의 사서들이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서들이 더 많이 채용되어야 하며, 최저임금으로는 도서관에서의 돌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도서관이 단순히 지식의 저장소를 넘어, 사회적 돌봄과 연대의 실천을 위한 공공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켰다.
정윤희 대표는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질 때, 돌봄은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의 자산으로 전환된다”며, “책문화생태계가 바로 인간 존엄의 문화적 기반이자, 돌봄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