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세월 1994-2014'의 일러스트레이션(박건웅 그림)이 올해로 30회를 맞는 브라티슬라바 그림책 비엔날레(이하 BIB: 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에서 황금사과상(BIB Golden Apples) 수상했다.

'세월 1994-2014'를 펴낸 출판사 노란상상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제 심사위원 10인 중 하나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 호세프 안토니 타시에스 페네야(Josep Antoni Tàssies Penella)는 현지 시각 10월 3일 10시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림책  '세월 1994-2014'과 박건웅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세월호 참사라는 큰 비극을 어린이 그림책의 소재로 삼은 점이 놀랍다. 이 책은 배를 주인공으로 삼아 배 자체의 역사를 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인간의 비극으로부터 서사적 거리를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접근 방식은 어린이와 모든 독자들이 직면하기 힘든 사건을 안전한 거리에서 성찰할 수 있게 해 준다. 지나치게 극적이거나 충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도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심각한 사건을 다룰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훌륭하고 아름다운 그림, 강렬한 빛의 대비와 점묘화 같은 화풍이 두드러지는 뛰어난 그림책이다. 비극적인 사건을 사려 깊은 방식으로 다룸으로써 어린이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는 없다는 점을 증명한다.”

박건웅 작가의 그림책 '세월 1994-2014' 
박건웅 작가의 그림책 '세월 1994-2014' 

 

현지 시각 오후 5시 슬로바키아 국립 미술관에서 BIB 2025 개막식과 함께 열린 시상식에서는 전 세계 그림책 관계자들 앞에서 박건웅 작가의 수상 소감이 영상으로 나갔다.

현장에 KBBY에서 파견한 그림책 작가 이명애, 박현민, 김지영 작가가 함께했으며, BIB 2021 황금사과상 수상자이자 KBBY BIB 실행위원장인 이명애 작가가 대리 수상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한국에서는 그림이라고 부릅니다.

그림은 그리워하다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억한다라는 의미에서

그림은 고통스럽고 절망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합니다.

비록 작은 그림들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공감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수상 소감 영상 중에서)

1967년에 시작된 BIB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그림책 비엔날레이다. 유네스코와 국제아동청소년도서위원회(IBBY)의 후원, 슬로바키아 문화부 지원으로 국제 어린이 예술의 집 비비아나(BIBIANA)가 운영하며,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격년제로 개최되어 왔다.

IBBY 각국 지부 등 국가별 추천 기관을 통해 최대 열 명의 작가의 그림책 원화가 출품되며, 출품된 원화들은 비엔날레 기간에 브라티슬라바에서 전시된다. 심사를 통해 대상(Grand Prix), 황금사과상(Golden Apple), 우수상(Plaque), 출판영예상(Honorary Mention Certificate to Publisher), 어린이심사위원상, 브라티슬라바 시장상 부문으로 상이 수여되고 있다.

30주년을 맞이하는 BIB는 슬로바키아 국립 미술관에서 2025년 10월 4일부터 2026년 1월 11일까지 개최되어,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출간된 뛰어난 그림책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BIB 2025에는 42개국에서 291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참가해, 383권의 책과 2,191점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출품하였다.

대상(그랑프리)은 이란의 누신 사데기안(Noushin Sadeghian)의 'Da’al’s Daughter'에 돌아갔다.

이에 앞서 지난 2025년 2월 16일, IBBY의 한국 지부인 KBBY에서는 심사위원단을 선정하여 BIB의 한국 출품작을 선정한 바 있다.

심사위원은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그림이 보편적 감성과 지역의 특이성을 조화롭게 담으면서, 그림책을 ‘매체’로서 다루는 기법이나 실험 정신이 훌륭하다.

올해의 한국 작가들을 추천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동시대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는 심사평을 밝혔다.

KBBY는 2005년 BIB 첫 출품 이후 꾸준히 작품을 전시하고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려 왔다. 2011년 조은영 작가가  '달려 토토'로 대상을 수상하였며, 2005년 한병호(새가 되고 싶어), 2013년 노인경(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 2021년 이명애(내일은 맑겠습니다) 등이 황금사과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세월 1994-2014'은 2024년, 세월호 10주기에 맞추어 출간된 기억과 추모의 그림책이다. '이름 도둑'으로 5.18 문학상을 받은 동화 작가 문은아가 글을 썼으며, 한국 사회 이면의 아픈 이야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 장편 만화에 담아 온 박건웅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1994년 일본에서 태어나 18년 넘게 운항했던 세월호가 한국의 바다에 투입된 지 1년여 만인 2014년, 304명의 소중한 생명과 함께 침몰하기까지, 세월호의 일인칭 시점으로 참사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그 원인과 과정과 결과를 돌이켜보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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