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책문화생태학자)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문화평론가, 책문화생태학자로서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칼럼을 쓴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 건국대에서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등이 있다.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문화평론가, 책문화생태학자로서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칼럼을 쓴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 건국대에서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6년도 예산은 약 7조 7,9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콘텐츠산업은 1조 6,103억 원으로 26.5% 늘었고, 문화예술 향유 확대 및 예술창작·복지 강화는 2조 6,388억 원으로 2,564억 원 증가했다.

관광은 1조 4,740억 원으로 9.4% 늘었고, 체육은 1조 6,795억 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예산 확대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자원이 어디에, 어떻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쓰이느냐에 있다.

문화정책이 문화산업 성과 중심으로만 흐른다면 기초 문화예술, 생활문화, 책문화, 지역문화 인프라는 취약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령 '도서관법'에 근거하여 광역대표도서관을 건립하고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등 도서관이 지역민들의 문화적 삶을 위한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강원도만 유일하게 광역대표도서관이 없다. 이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지역 정치인들의 무관심으로 지역민들이 문화기본권을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컬처의 성과는 '케이팝데몬헌터스'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문학, 전통예술, 지역문화, 도서관과 서점, 독서문화라는 토양이 있기에 가능하다.

문화정책은 보여주기식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는 속도전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사회 전체에 건강한 공기를 촘촘하게 불어넣는 기반을 다지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문화기반의 핵심은 지역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문화 인프라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생활문화센터, 체육시설, 작은 공연장, 지역서점 같은 공간은 지역 주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기본권의 현장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지단체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K-컬처의 세계적 성과와 지역민들의 문화적 삶은 괴리될 수밖에 없다.

지역 문화 인프라 강화는 균형의 철학과 문화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자 문화강국의 기초 공사와도 같다.

문화예술·콘텐츠·체육·관광은 상호 보완적으로 정책 설계되어야 하며, 이 네 축을 연결해 시너지를 높이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네덜란드 덴 헬더라는 작은 도시에 '스쿨7 공공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원래 폐교였는데, 지역주민들이 회의를 통해서 폐교를 없애지 않고 리모델링을 통해서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주민들은 스쿨7 도서관에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공간이면서, 지역주민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지역주민을 위해 아름답게 지은 공공도서관 하나로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 해외 관광객까지 모여들게 만들 수 있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지역 고유의 자연 생태 환경, 음식 문화 등을 연결되면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즉 관광자원을 억지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결국 지역의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 문화 기반을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런 가운데 책문화의 강화는 문화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기초이다. 오랫동안 취약했던 출판, 지역서점, 도서관, 독서정책에 투자해야 한다.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지 이론에 근거하면 지식과 책문화를 공동체가 함께 관리해야 할 공유재로 본다.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이론 또한 독서와 출판을 통한 문화자본 축적이 불평등 완화와 민주적 참여 확대의 토대임을 보여준다. 책문화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문화 역량을 높이고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길이다.

이번에 늘어난 문화예산은 문화예술인의 현실적 처우 개선에도 연결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강사료 현실화와 프리랜서 예술인 복지 강화는 문화민주주의의 첫걸음이다. 동시에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는 전문 인력 양성도 필수적이다.

정책 초기 단계에서 문화정책의 토양을 다지고 기반을 튼튼히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문체부는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 경청해야 한다. 출판인, 예술인, 도서관 사서, 지역서점 운영자, 생활문화 활동가, 영화 종사자, K-푸드·K-뷰티 산업 관계자 등 다양한 현장의 경험과 요구가 정책에 반영될 때 예산은 생명력을 얻게 된다.

진정한 문화강국은 산업적 성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문화예술의 토양을 튼튼히 하고 지역민의 문화적 삶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확충하며, 사회 전체에 건강한 공기를 불어넣는 정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위에서 문화역량을 산업화하고 해외 수출과 관광자원화로 확장하며, K-푸드, K-뷰티, 영화, OTT까지 포함하는 전방위적 전략이 병행될 때 한국은 모두가 함께 누리는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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