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문학 박사)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출판저널 발행인이다. 책문화생태계학자이며 문화평론가로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 건국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책문화생태론,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등이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출판저널 발행인이다. 책문화생태계학자이며 문화평론가로 연구와 글을 쓰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 건국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책문화생태론,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국회의원이 2025년 9월 1일 ‘학교도서관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 등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발의안의 제안 사유는 이렇다.

“예산부족 등의 사유로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 부족 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사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 이에 교육지원청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사서를 두고 관할구역 내 학교도서관을 순회하면서 자료관리, 업무 협력 등을 하도록 함으로써 학교도서관의 사서 부족문제를 해결함과 아울러 디지털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

김병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예산부족으로 사서교사를 정규직 교사로 채용할 수 없고, 디지털 전문성을 가진 사서사 부족하니 교육지원청 단위로 디지털 역량을 갖춘 ‘순회사서’를 두어 학교도서관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학교도서관 문제의 핵심은 사서교사 배치율 저조와 제도적 위상 부족인데 순회사서 제도는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가령 지역적 특성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여 폐교 위기에 있는 학교의 경우 교사를 채용할 수 없어 순회사서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병기 의원의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은 현재 학교도서관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개정안은 학교도서관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순환 배치라는 임시방편을 통해 사서교사 부재 현실을 우회하는 한계를 갖는다.

사서교사는 정규교과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채용 규모가 많지 않고 채용을 하더라도 계약직 기간제 교사로 뽑는다. 순회사서 제도를 도입하면 학교 현장에서는 굳이 사서교사를 뽑지 않고 순회사서로 대체하면 되는 것이다.

공교육 현장의 사서교사 배치율은 매우 낮다. 교육부가 2024년 발표한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학교의 정규 사서교사 배치율은 15.6%에 불과하다(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24). 다른 통계에서는 전국 평균이 13.9%라는 분석도 제시된다(한국도서관협회, 2024). 이는 같은 시점에 보건교사 77.6%, 영양교사 55.6%, 상담교사 37.2%가 배치된 것과 비교할 때 현격히 낮은 수치다. 결국 청소년들의 문해력 강화를 책임질 사서교사는 공교육 체계에서 가장 취약한 교원 집단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사서교사 배치율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매년 323명의 신규 사서교사를 선발해야 한다는 수치가 제시되었다(교육부, 2024). 하지만 최근 수년간 신규 사서교사 채용 규모는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예산과 정원 제약이 지속되는 한 계획은 선언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병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에 담긴 순회사서 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서교사 배치 의무화를 미루는 방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개별 학교도서관에 상주하는 사서교사가 아닌, 교육지원청 단위의 순회사서는 학생들과 정규 교과 속에서 상시적으로 호흡하는 교육 주체가 될 수 없다.

현재 ‘독서문화진흥법’ 제10조는 “학교의 장은 독서 활동을 생활화하기 위하여 사서교사나 독서교육 전담 교사를 1명 이상 둘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둘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은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 실제로 이러한 조항으로 전국 사서교사 배치율은 13.9%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사서교사를 반드시 1명 이상 두어야 한다”로 개정되어야 한다. 학생 수가 많다면 당연히 사서교사가 1명이 아니라 2-3명 이상 있어야 학생들이 충분한 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모든 청소년이 차별받지 않고 독서교육을 받을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법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독서문화진흥법’만 개정한다고 해서 학교 현장의 변화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학교도서관 운영과 지원을 직접 규율하는 ‘학교도서관진흥법’에도 사서교사 배치 의무 조항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9월 1일 발의된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은 ‘순회사서’ 제도를 신설하여 사서교사 부족 문제를 임시적으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이는 학교 현장에 상주하는 정규 사서교사 배치라는 본질적 과제를 회피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보건교사·영양교사·상담교사는 각각 ‘학교보건법’, ‘학교급식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법적 근거가 뚜렷하고, 정규 교원으로서 배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그 결과 실제 현장의 배치율은 보건교사 77.6%, 영양교사 55.6%, 상담교사 37.2%에 이른다. 같은 시점에 사서교사 배치율이 13.9%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서교사만이 법적·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학교도서관진흥법’ 역시 반드시 “각 학교도서관에 정규 사서교사를 교과 교원으로서 1명 이상 두어야 한다”는 조항으로 강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예산 지원, 신규 교원 충원, 배치율 점검 등의 근거 조항을 함께 담아야 법적 선언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법의 개정은 상호보완적이다. ‘독서문화진흥법’이 국가 차원에서 학생들의 독서권을 선언적으로 보장하는 기본법적 역할을 한다면, ‘학교도서관진흥법’은 학교 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집행법적 역할을 담당한다. 두 법이 동시에 개정되어야만, 학교도서관이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학생들의 독서교육과 정보 활용 교육을 책임지는 제도적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필자는 지역에 있는 중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이다. 학생수가 1,300명인 과밀학교이다. 최근 학교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학교도서관 공간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었는데, 경기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는 학교도서관 새로고침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학교도서관 공간이 새롭게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학교도서관 공간 리모델링만으로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지금처럼 기간제 사서교사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 이용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국어 등 정규교사처럼 사서교사도 채용과 배치가 병행되어야만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의 독서교육과 도서관 이용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 정규수업을 마치면 곧장 학원으로 가서 사교육을 받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의 교육과 일상에서 ‘공적 독서 공간’으로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규 사서교사 배치는 단순한 교원 확충이 아니라 사교육 중심 교육구조에서 학생들의 균형 있는 학습권과 독서권을 보장하는 공교육 핵심 정책이다.

사실 순회사서 제도의 문제는 학교도서관만이 아니다. 이미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현장에서도 순회사서 운영이 제도화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0년부터 운영해 온 ‘작은도서관 순회사서 지원 사업’은 공공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순회사서를 고용하고, 이들이 지역 내 작은도서관 3-5곳을 순회하며 장서관리, 프로그램 기획, 운영자 교육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겉으로는 작은도서관을 지원하기 위한 장치지만 실제로는 공공도서관조차 상주 인력 부족 문제를 순환 배치로 보완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작은도서관은 독립적 운영 역량을 축적하기 어렵고, 주민들에게 안정적 서비스 제공이 제한된다. 결국 학교도서관과 마찬가지로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체계에서도 순회사서 제도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 봉합책에 불과하다.

본질적 개혁 없이는 교육의 미래가 없다. 학교도서관의 문제와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사서를 ‘순환’으로 채우려는 방식은 모두 근본적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선택이다. 인력 충원과 예산 확충 없이 순회사서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도서관의 교육적·문화적 역할을 형식적으로만 유지하는 결과를 낳는다.

예산이 부족해서 학교도서관에 순회사서를 도입한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회피가 아니라 책임 있는 교육 개혁이다.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 의무 배치와 교과교사로서의 위상 강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는 상주 사서 확보와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

이에 ‘독서문화진흥법’과 ‘학교도서관진흥법’의 동시 개정을 통한 사서교사 의무 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도서관은 학생과 시민 모두에게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지식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다. 더구나 학교도서관을 더 이상 임시 방편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국회 입법지원단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독서문화진흥법’ 제10조를 개정하여 “사서교사를 1명 이상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법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한 학생들 수에 따라서 사서교사의 수도 늘어나야 한다. 

책문화생태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학교도서관은 단일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책문화생태계 전체의 기반이다. 학교에서 사서교사 부재는 학생들의 독서권 및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차별이다.

사서교사가 정규교사로서 인공지능 등 정보화 교육, 디지털 문해력, 독서교육, 도서관교육 등 공교육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일은, 우리 미래를 지킬 청소년들에게 투자하는 것이고 국가의 책무이다. 

교육부는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모두 배치되도록 교원수급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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