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문화평론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5월 15일 발표한 ‘2025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2024년 실적 기준)’를 발표는데, 공공도서관이 지역사회의 생활밀착형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공공도서관은 총 1,296개로 전년보다 2% 늘었으며, 1관당 봉사 대상 인구는 39,519명으로 역대 처음 4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도서관 인프라 확충 정책이 이용자의 생활권에 실질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도서관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시민들의 문화적 권리 또한 강화된다.
인적 자원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정규직 사서 수는 6,072명으로 전년 대비 3% 늘었으며, 정규직 사서 1인당 담당 인구는 8,435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충분치 않지만 사서 인력 확충이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도서관 이용 지표도 개선되었다. 1관당 방문자 수는 173,000명으로 전년보다 8.7% 늘었고, 프로그램 참여 인원은 평균 22,366명으로 5.1% 증가했다.
이는 공공도서관이 독서 공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시민을 잇는 공적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서와 관련 예산은 감소되었다. 전체 장서 수는 1억 2,438만 권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1관당 장서 수는 95,976권으로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자료구입비 역시 8,766만 원으로 전년보다 3.7% 줄었다. 이는 도서관이 디지털 자원 확충에 힘을 쏟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지만, 종이책 장서의 안정적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도서관의 문화적 토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전자자료는 확대되었다. 전체 전자자료는 6억 2,989만 건으로 3.6% 증가했으며, 국민 1인당 전자자료 수는 12.3종으로 인쇄자료(2.43권)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공공대출권 제도나 전자자료 이용권 보장과 같은 새로운 정책 논의와도 맞물려야 할 과제다.
공공도서관은 사회적 포용의 거점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장애인, 노인,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연간 500만 건을 넘었으며, 이를 위해 약 14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전국적으로 무장애(Barrier-Free) 공간 조성도 확산되고 있어, 도서관이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번 통계는 공공도서관이 책문화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기능을 강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책문화생태론의 시각에서 보면 도서관은 출판–유통–독서–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의 허브다.
첫째, 도서관 접근성의 개선은 책문화생태계의 뿌리를 강화한다. 1관당 봉사 대상 인구가 4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공공도서관이 시민 누구나 생활 반경 안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책이 사회적으로 순환하고 활용되는 기반을 넓힌다.
둘째, 사서 인력 확충은 책문화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사서는 책과 독자를 매개하는 ‘순환 촉진자’다. 사서의 전문성이 강화될수록 출판, 독서 그리고 지역문화가 긴밀히 연결되며 책문화생태계 전체가 활력을 얻게 된다.
셋째, 전자자료 확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 속에서 생태적 다원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던진다. 물리적 장서를 축적하는 기능이 약화될 경우, 도서관의 생태적 기반이 단일화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과 종이책 확보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된다.
넷째, 취약계층 서비스 확대는 책문화생태계의 포용성을 드러낸다. 생태계는 소수만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아감으로써 의미가 있다. 도서관이 사회적 약자를 품어낼수록 책문화생태계는 더 건강하고 균형 잡힌 구조를 형성한다.
‘2025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2024년 실적 기준)' 결과는 공공도서관이 양적 확충을 넘어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도서관은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 책문화생태계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핵심 생태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다만 장서와 예산의 불균형,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긴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시대에 도서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