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문화평론가)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동자에게 부과된 사측의 손해배상액 47억원의 판결이 확정되자 시민들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한 캠페인에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국회(국회의장 우원식)는 8월 24일(일) 제428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해 총 투표수 186표 가운데 찬성 183표, 반대 3표로 가결했다.
전날(23일) 오전 본회의에서 안건이 상정됐고 송언석 의원 등 107인으로부터 무제한토론 요구서가 제출됨에 따라 무제한토론이 실시됐다.
「국회법」에 따라 종결동의의 건이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해 무기명투표로 종결동의의 건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총 투표수 186표 가운데 찬성 183표(반대 3표)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298인의 5분의 3 이상인 179표)를 채웠다.
이후 상정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송언석 의원 등 107인으로부터 무제한토론 요구서가 제출됨에 따라 무제한토론이 실시됐다.
노란봉투법 주요 내용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한편,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우선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등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간접고용 근로자와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법률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에 제약이 발생한 데 따른 입법 조치다.
노동쟁의 대상을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확대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용자의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과 같은 사항은 노동쟁의 대상이 되기 어려웠으나, 법을 개정해 그 범위를 넓힌 것이다.
개정안은 법원이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 정도 등에 따라 각 배상의무자별로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법원이 불법행위에 대한 각각의 책임범위를 산정하지 않고 모든 공동불법행위자에게 총 손해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손해배상청구 제한 범위에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를 추가하고, 사용자 불법행위에 대한 방위를 위해 부득이 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한편, 사용자는 노조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조합과 근로자로 하여금 법원에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과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해 각 배상의무자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도록 했다. 또한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출판산업에 미칠 영향은?
노란봉투법은 출판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출판산업 현장은 저자, 편집자, 교정자, 디자이너, 인쇄·제본 노동자, 물류·서점 종사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가 뒤섞여 있으며, 이들 상당수가 하청·프리랜서·특수고용의 형태로 일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출판사 또한 사용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어, 그동안 교섭 테이블 밖에 놓였던 외주 편집자나 프리랜서 디자이너, 인쇄소 노동자들이 보다 실질적인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편집·디자인·교정 인력이 파견·하도급 형태로 일하면서 근로조건과 보수가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법 개정은 이들의 권리 보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파업 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 위험이 줄어들면, 출판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집단적 행동에 나설 때 심리적·현실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에서는 이번 법이 산업 구조 개편과 맞물려 노사관계의 균형을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창작과 제작 현장에 종사하는 수많은 비정규·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권리 보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이며, 출판산업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노동현장의 법적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 실천과 시민사회의 연대 정신을 제도적으로 반영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출판산업 역시 지식과 문화를 다루는 기반 산업으로서 이번 노란봉투법 시행이 공정한 노동환경 구축과 창작생태계 안정화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