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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꿈

출판저널 편집부 2025-04-30 09:29:56 조회수 59

바로크 시대 중남미가 배출한 최고의 작가이자 지성

소르 후아나의 국내 초역 작품집

중남미 바로크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이며, 시대를 앞서간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페미니스트인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1648~1695)의 대표작 선집. 그 탁월한 문학적 업적으로 ‘열 번째 뮤즈’, ‘아메리카의 불사조’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 소르 후아나의 작품들을 국내 초역으로 소개하는 이 선집에는, 중남미 바로크 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975행의 장시(長詩) 「첫 꿈」,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즘 선언이라 할 수 있는 「필로테아 수녀님에 대한 답신」을 비롯하여, 열렬한 사랑을 노래하는 시, 신랄한 풍자시, 종교적 극작품 등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대표작 34편이 실려 있다. 이 작품집의 번역을 맡은 한국외대 신정환 교수는 바로크 문학 특유의 비유와 현학적 시어를 충실히 해석하고 상세한 해설과 주석을 곁들이면서 소르 후아나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열 번째 뮤즈’, ‘아메리카의 불사조’

중남미 바로크 문학의 거장 소르 후아나의 대표작 선집


17세기 스페인의 식민지인 누에바 에스파냐(오늘날의 멕시코)에서 활동한 작가이자 학자, 가톨릭 수녀였던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는 바로크 시대 중남미가 배출한 최고의 작가로 일컬어지며,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학문과 지식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품고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선보이면서 신동으로 주목받은 소르 후아나는 당시의 남성중심적 사회에서는 지적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가 어려웠기에 수도원에 들어가 공부와 글쓰기를 계속하는 길을 택했고, 이곳에서 눈부신 시와 산문, 극작품을 풍부하게 탄생시켰다.
위대한 문학적 업적을 이룬 소르 후아나의 작품들을 국내 초역으로 소개하는 이 선집은, 중남미 바로크 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975행의 장시(長詩) 「첫 꿈」,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즘 선언이라 할 수 있는 「필로테아 수녀님에 대한 답신」을 비롯하여, 열렬한 사랑을 노래하는 시, 신랄한 풍자시, 종교적 극작품 등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대표작 34편을 담고 있다.
중남미 문학을 전공하고 바로크 문학과 예술을 연구해 온 한국외대 스페인통번역학과 신정환 교수가 이 책의 번역을 맡아, 바로크 문학 특유의 비유와 현학적 시어를 충실히 해석하고 상세한 해설과 주석을 곁들이면서 소르 후아나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절대 진리에 도달하려는 인간 영혼의 여정을 그린

중남미 바로크 문학의 최대 걸작 「첫 꿈」


소르 후아나가 1685년경에 완성한 장시 「첫 꿈」은 우주의 신비와 절대 진리를 찾아가는 인간 영혼의 여정을 그려 내고 있다. 심오한 철학적 내용과 함께 견고하고 탄탄한 구성, 빼어난 바로크 수사법을 보여 주는 「첫 꿈」은 소르 후아나의 최고 걸작, 더 나아가 중남미 바로크 문학의 최고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체 975행에 달하는 이 시에는, 밤이 찾아와 모든 피조물이 잠들고 인간 역시 나른해지면서 잠에 빠져들자, 육체의 통제에서 벗어난 영혼이 하늘로 상승하며 절대 지식을 찾아 천문학, 철학, 신학 등 여러 학문적 주제를 탐색하다가, 영원 앞에서 한계에 부닥쳐 환멸을 느낀 끝에 하강하고 아침을 맞아 잠에서 깨어나기에 이르는 지적 탐색과 실패의 여정이 수준 높은 알레고리 기법으로 담겨 있다.
「첫 꿈」은 바로크 특유의 복합 메타포를 비롯한 의미론적 수사법, 철학과 과학과 신화를 넘나드는 현학적 어휘의 풍부한 구사,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으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문론적 수사법 등 바로크 시 기교의 정수를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즘 선언, 「필로테아 수녀님에 대한 답신」


1691년에 소르 후아나가 자신의 학문적 활동을 비판하는 주교를 향해 쓴 서간문 형식의 글 「필로테아 수녀님에 대한 답신」은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즘 선언이라 할 정도로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에서 소르 후아나는 여성 역시 학문을 사랑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마땅히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지식에 대한 욕구가 컸음을 밝히면서, 갖은 시기와 박해, 그중에서도 ‘거룩한 무지’를 강요하는 교회 측의 견제를 받아 가며 여자가 공부하고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한다. 그리고 여자의 지적 능력을 무시하는 편견에 대해, 라틴 학문의 창시자 니코스트라타,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 히파티아 등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남긴 여성들의 역사적 사례를 서른 명 넘게 들며 반박한다.
남성중심주의가 만연한 교회와 사회에 대담하게 맞서며, 여성이 학문을 탐구하고 글을 쓰는 것이 매우 유익하기에 여성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한 소르 후아나는 시대를 앞서간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페미니스트였다.


위대한 지성 소르 후아나의 재발굴과 재평가


17세기의 시인 소르 후아나는 한동안 문학사에서 잊힌 존재였다가 19세기 낭만주의의 유행과 함께 지적 자유의 상징이자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서서히 재조명받았다. 그리고 20세기 초 바로크에 대한 재평가에 힘입어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에 이른다. 그에 따라 소르 후아나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1950년대에는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 전집』이 총 네 권으로 출간된다. 이후 옥타비오 파스의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 혹은 신앙의 함정』을 비롯해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발표되는 한편, 「첫 꿈」 등의 주요 작품이 이탈리아어, 영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오늘날 소르 후아나는 스페인 황금 세기를 빛낸 세르반테스나 루이스 데 공고라 같은 대작가들에 필적하는 위대한 문호로 여겨지는 동시에, 여성의 지적 권리를 주장한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열 번째 뮤즈’, ‘아메리카의 불사조’라는 명예로운 별명으로 불리는 소르 후아나는 중남미를 넘어 스페인어권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서정보  :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 지음  |  신정환 옮김  |  경당  |  300쪽  |  값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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